가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탈모, 항암 치료, 감추기 위한 물건.
옷과 신발, 안경은 계절마다 바꾸면서 자신을 표현합니다. 헤어스타일도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인데, 가발만은 여전히 다른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왜 아직 그럴까요. 그리고 왜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걸까요.
매장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먼저 지금의 자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예약 전화를 주시면서 그 시간에 자기 혼자만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손님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개인 룸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품이 어떤지, 가격이 얼마인지보다 그것을 먼저 확인하십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매장 안을 한 바퀴 둘러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발을 고르러 오시는 길이 이렇게 조심스럽습니다. 옷을 사러 갈 때 이런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발을 쓴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하나의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가발은 탈모인 사람이 쓰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가발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곧 탈모가 알려지는 것이 됩니다. 제품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상태를 감추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기술이 좋아지고 제품이 자연스러워져도 이 부분은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달라지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예전에 없던 모습도 생겼습니다.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셔서 나란히 앉아 함께 고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거 어때?” 하고 물어보시고, 옆에서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대화가 오갑니다. 옷 사러 갔을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숨기는 물건이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내 모발이 가늘어서 펌을 해도 예쁘게 안 나오고 염색을 해도 색이 제대로 안 먹으니, 차라리 가발을 쓰는 게 낫다고요.
이 말이 중요합니다. 탈모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고 선택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감추기에서 고르기로 옮겨간 것입니다.
이런 손님이 몇 년 사이에 확실히 늘었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헤어스타일
그분들이 가발을 고르는 이유를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머리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한 번 자르면 기르는 데 몇 달이 걸립니다. 염색과 펌은 모발에 손상이 남고, 마음에 안 들어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가발은 다릅니다. 자르지 않고 길이를 바꾸고, 염색하지 않고 색을 바꾸고, 펌을 하지 않고 컬을 만듭니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벗으면 됩니다.
미용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시술은 모발에 흔적을 남기고, 되돌리려면 또 시술을 해야 합니다. 옷을 갈아입듯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가발뿐입니다.
모발이 가늘고 힘이 없는 분에게는 차이가 더 큽니다. 시술을 반복할수록 모발은 더 약해지는데, 가발은 손상 없이 원하는 형태를 바로 얻을 수 있으니까요.
가발이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되돌릴 수 있고, 손상이 없고, 자기 모발로는 안 나오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모습이 지금 함께 있습니다
혼자 조용히 오시는 손님과, 여자친구와 함께 오시는 손님.
같은 매장에서 같은 주에 두 분을 다 봅니다. 어느 한쪽이 맞고 다른 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지금이 그 사이에 있는 시기입니다.
인식은 한 번에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방향은 보입니다. 가늘고 힘없는 모발 때문에 스타일이 안 나오는 분, 매번 염색하기 부담스러운 분, 상황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분. 이런 분들이 가발을 선택지에 올려놓기 시작했습니다.
탈모가 있어야만 쓰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면, 쓰는 사람이 부끄러워할 이유도 줄어듭니다.
마무리
가발은 이미 패션 아이템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모발을 손상시키지 않고 원하는 스타일을 얻을 수 있고, 마음에 안 들면 되돌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그렇게 불리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발을 쓴다는 것이 곧 탈모를 인정하는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이 바뀌는 과정이 지금 진행 중입니다. 예약할 때 혼자 있게 해달라는 손님이 있고, 여자친구와 함께 고르러 오는 손님도 있습니다.
호시피디아가 가발을 제품이 아니라 문화와 스타일의 관점에서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품 설명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인식은 이야기가 쌓여야 바뀝니다.
나라별로 가발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는 No.002 가발은 탈모인만 사용하는 제품일까에서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