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에 걸려 나온 몇 가닥, 어디까지가 괜찮은 걸까?
가발을 빗다가 손이 멈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빗살에 모발이 걸려 있습니다. 어제도 있었고 그제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많아 보입니다.
불량인가 싶다가, 원래 이런 건가 싶다가, 벌써 다 쓴 건가 싶어집니다. 그러다 며칠 더 쓰고, 어느 날 가르마가 훤해 보이면 그때 매장으로 들고 오십니다. 그 며칠 사이에 상황이 크게 나빠지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그 며칠이 불안합니다.
답부터 드리면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빗질에 나오는 양이 하루 몇 가닥 수준일 것. 빠진 모발이 전체 길이 그대로일 것. 특정 부위에 몰리지 않을 것.
셋을 다 지키고 있으면 정상 범위입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때부터는 관리가 아니라 상태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셋 중에서는 마지막이 제일 중요합니다. 가발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 빠짐은 양이 아니라 위치입니다. 전체가 고르게 조금씩 줄어드는 건 시간이 하는 일입니다. 한 자리만 집중해서 비는 건 다릅니다. 그 자리는 가만히 둔다고 채워지지 않습니다.
여기가 본머리와 갈리는 지점입니다. 사람 머리는 하루에 오륙십 가닥이 빠져도 그 자리에서 새 모발이 올라옵니다. 가발에는 그 기능이 없습니다. 빠진 자리는 빠진 채로 남습니다. 통장으로 치면 본머리는 월급이 들어오는 계좌이고, 가발은 잔고가 정해진 계좌입니다. 같은 열 가닥이라도 무게가 다른 이유입니다.
빠진 모발을 손바닥에 펴놓고 길이부터 봅니다
매장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입니다. 머리가 빠진다며 들고 오신 모발을 손바닥에 펴놓습니다. 그다음은 길이만 봅니다.
가발 기장과 비슷하게 길다면 심어져 있던 자리에서 통째로 나온 것입니다. 매듭이 풀렸거나 스킨 부분에서 이탈했다는 뜻이라, 원인이 가발 안쪽에 있습니다.
삼사 센티미터짜리 짧은 조각이라면 얘기가 뒤집힙니다. 빠진 게 아니라 끊어진 것입니다. 열이나 마찰로 모발 중간이 상해 툭툭 잘려 나오는 상태이고, 원인은 안쪽이 아니라 손질 습관에 있습니다.
대처가 정반대입니다. 앞은 가발을 손봐야 하고, 뒤는 사람 습관을 손봐야 합니다. 이걸 구분하지 않고 수선부터 맡기면 고쳐놓고 같은 일이 또 벌어집니다.
어디서 빠지는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부위마다 사연이 다릅니다.
목덜미와 어깨에 닿는 부분. 하루 종일 옷깃, 가방끈, 의자 등받이에 쓸립니다. 마찰이 가장 심한 구간이라 끝머리가 자글자글해지면서 짧게 끊어져 나옵니다. 제일 흔한 경로입니다.
가르마와 정수리. 티가 제일 크게 나는 자리입니다. 두피처럼 보이게 하려고 얇고 정교하게 처리한 구간이라 원래부터 모발이 촘촘하지 않습니다. 몇 가닥만 없어져도 훤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클립 주변. 매일 같은 자리를 잡아당기면 그 주변부터 헐거워집니다. 부분가발에서 자주 봅니다.
이마 헤어라인. 손이 제일 많이 가는 곳입니다. 앞머리를 자꾸 쓸어 넘기는 습관이 있으면 딱 그 자리만 성글어집니다.
어느 한 곳을 짚기 어렵고 전체가 고르게 줄었다면, 그건 고칠 대상이 아닙니다. 남은 기간을 계산할 대상입니다.
새 가발에서 며칠간 낙모가 생기는 건 흔한 일입니다
산 지 얼마 안 된 제품에서 모발이 빠지는 것을 낙모라고 합니다. 놀라서 연락 주시는 분이 많은데 대부분은 정상입니다.
제작하며 완전히 고정되지 않은 잔모, 커트하다 잘려 캡 안쪽에 남아 있던 짧은 모발이 착용과 빗질을 거치며 며칠에 걸쳐 떨어집니다. 처음 며칠 눈에 띄다가 점점 줄어드는 흐름이면 기다리셔도 됩니다.
갈리는 건 기간입니다. 일이 주가 지나도 양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거나, 처음부터 한 부위에서만 나온다면 잔모가 아닙니다. 이때는 구입처에 바로 문의하십시오. 초기 불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인받기가 어려워집니다.
만드는 방식이 다르면 빠지는 부분도 다릅니다
수제는 모발을 한 올씩 베이스에 연결하며 매듭을 지어 고정합니다. 매듭이 헐거워지면 한 올씩 빠집니다. 뭉텅이로 사라지는 일이 드문 대신 조금씩 오래 진행돼서, 알아챘을 때는 이미 꽤 지나 있습니다.
미싱메이드는 모발을 띠로 만들어 박음질로 연결합니다. 미노줄에 단단히 물려 있어 여간해선 빠지지 않습니다. 중간에서 끊어지는 경우를 빼면 심어진 자리에서 이탈하는 일 자체가 드뭅니다. 대신 한 곳으로 몰립니다. 정수리 모양을 구현해 놓은 스킨 부분이 가장 도드라지게 빠지는 자리입니다.
수제는 넓게 조금씩, 미싱메이드는 스킨에 집중해서. 앞에서 말한 어디서 빠지는가가 제품 방식에 따라 이렇게 갈립니다.
제작 방식의 차이는 No.084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고칠 수 있느냐보다, 고칠 값어치가 있느냐
수선 얘기가 나오면 부위나 상태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소재입니다. 실제로 수선은 대부분 인모 제품에서 이뤄집니다.
인조모도 수선 자체는 됩니다. 다만 셈이 맞지 않습니다. 모발을 채워 넣는 건 사람 손이 하는 일이라 인건비가 그대로 붙는데, 그 비용이 새로 맞추는 값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같은 돈을 내고 상태가 고르지 않은 제품을 살려 쓰는 셈입니다. 컬이 들어간 제품이면 하나가 더 걸립니다. 그 부분만 새 모발로 채워도 컬의 모양과 흐름을 주변과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채운 자리가 오히려 눈에 띕니다.
인모는 사정이 다릅니다. 제품값이 높은 만큼 수선비를 들일 이유가 있고, 채워 넣은 뒤에도 펌이나 손질로 주변과 맞춰갈 여지가 남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조모는 빠짐이 눈에 띄기 시작한 때가 새 제품을 알아볼 때입니다. 인모는 그때부터 상태를 따져 결정합니다.
인모 안에서도 갈립니다. 빠진 자리가 한두 곳으로 뚜렷하고 나머지 모발이 아직 괜찮으면 고쳐 쓸 값어치가 있습니다. 여러 군데서 동시에 빠지고, 남은 모발도 끝이 상했고, 색까지 바랬다면 한 곳을 채워도 몇 주 뒤 옆자리가 이어서 빠집니다. 수선비를 쓰고도 만족 못 하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하나 더 알고 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발을 새로 채우면 그 부분만 새것이 됩니다. 오래 쓴 모발은 색이 미세하게 바래고 질감도 달라져 있어서, 새로 심은 자리가 되레 도드라져 보이기도 합니다. 부분 보수를 결정하실 때 이걸 미리 아셔야 실망이 없습니다.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며칠간 빠진 모발을 한곳에 모읍니다. 하루치만 보고는 판단이 안 섭니다.
모아둔 걸 펴놓고 길이를 봅니다. 긴 것 위주인지 짧은 조각 위주인지에서 원인이 갈립니다.
밝은 곳에서 가르마와 정수리를 봅니다. 안쪽 캡이 비치기 시작했는지가 기준입니다.
빠지는 자리가 한 곳인지 여러 곳인지 셉니다. 한 곳이면 수선 상담, 여러 곳이면 교체 시기 상담입니다.
짧은 조각 위주라면 수선보다 습관 점검이 먼저입니다. 열기구 온도, 빗질 방향, 목덜미 마찰. 이 셋입니다.
이런 습관이 시기를 앞당깁니다
젖은 채로 빗는 것. 제일 흔합니다. 물기를 머금은 모발은 당기는 힘에 훨씬 약합니다. 어느 정도 물기를 뺀 뒤 끝부터 나눠 빗어 올라오십시오.
뿌리부터 아래로 쭉 훑는 빗질. 엉킨 데를 만나면 그 힘이 심어진 자리에 그대로 걸립니다. 끝에서 조금씩 풀어 올라오는 방식이 매듭에 가는 부담을 줄입니다.
고온 열기구를 자주 대는 것. 이건 빠짐이 아니라 끊어짐으로 돌아옵니다. 열 손질을 아예 못 하는 것은 아니며 온도와 빈도가 관건입니다. 이 부분은 No.064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빠진 자리를 자꾸 만지는 것. 의외로 영향이 큽니다. 신경 쓰여서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시는데, 그 마찰이 주변 모발까지 헐겁게 만듭니다.
정리하면
빠진다고 다 고장은 아닙니다. 가발도 쓰면 줄어드는 물건입니다. 볼 것은 양이 아니라 방식입니다.
전체 길이로 빠지는가, 중간에서 끊어지는가. 고르게 줄어드는가, 한 자리만 비는가. 이 둘만 봐도 수선을 맡길 상태인지 교체를 준비할 상태인지 거의 정리됩니다.
인모 제품에서 한 자리만 비고 나머지가 멀쩡하면 고쳐 쓰는 쪽이 이득입니다. 인조모라면 그 시점에 새 제품을 알아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신호가 오면 그 제품은 할 일을 다 한 것입니다.
그 시점을 억지로 늘리려다 애매한 상태로 몇 달을 더 쓰는 것. 실은 그게 제일 아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새로 산 가발에서 모발이 빠지는데 불량인가요?
초기 며칠 동안 잔모가 나오는 것은 흔한 현상이며, 대개 시간이 지나며 줄어듭니다. 일이 주가 지나도 양이 줄지 않거나 한 부위에서만 계속 나온다면 구입처에 문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초기 불량은 확인 시점이 늦어질수록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하루에 몇 가닥까지 빠지는 것이 정상인가요?
빗질할 때 몇 가닥 수준이면 일반적인 범위로 봅니다. 절대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고, 가닥 수보다 빠지는 자리가 한 곳에 몰리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빠진 자리에 모발을 다시 심을 수 있나요?
인모와 인조모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인조모는 수선 비용이 새로 맞추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어 새 제품을 권해드리는 편입니다. 인모는 남은 부분의 모발 상태가 함께 좋다면 보수할 값어치가 있습니다. 새로 채운 모발은 색과 질감이 기존 모발과 미세하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미리 고려하셔야 합니다.
인모와 인조모 중 어느 쪽이 덜 빠지나요?
소재 자체가 빠짐의 양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심어진 방식과 사용 습관의 영향이 더 큽니다. 인조모는 열과 마찰에 상대적으로 약해 중간에서 끊어지는 형태로 손상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르마 부분만 숱이 없어 보이는데 수선이 되나요?
가르마와 정수리는 원래 모발을 촘촘하게 넣지 않는 구간이라 적은 양이 빠져도 눈에 띕니다. 그 부분만 국한된 상태라면 보수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캡이 비칠 정도로 진행됐다면 상태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